"죽음은 인간을 사랑스럽고 애처롭게 만든다."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죽지 않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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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마냥 어둡고 슬픈 일 같지만, 어디에나 있고 언제나 다가올 수 있으며 생각보다 늘 우리와 가깝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기에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삶이 무한하다면 지금 이 순간, 이 장소에서의 사건은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으니 모래사장 속 모래 한 알처럼 쉽게 잊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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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에서 '죽음'은 사실적인 이미지로 나타날 수도 있고 어떠한 은유로써 표현될 수도 있다. 가슴 미어질 듯 아팠던 마음, 그저 멀리서 바라보며 느꼈던 무력감, 자신의 장례에 대한 상상, 휴식으로써의 죽음 등 어떤 생각이나 느낌도 좋다. '죽음'이라는 개념을 펼치고 넓혀서 새로운 의미로 다가올 기회가 되길 바란다.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죽지 않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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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마냥 어둡고 슬픈 일 같지만, 어디에나 있고 언제나 다가올 수 있으며 생각보다 늘 우리와 가깝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기에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삶이 무한하다면 지금 이 순간, 이 장소에서의 사건은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으니 모래사장 속 모래 한 알처럼 쉽게 잊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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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에서 '죽음'은 사실적인 이미지로 나타날 수도 있고 어떠한 은유로써 표현될 수도 있다. 가슴 미어질 듯 아팠던 마음, 그저 멀리서 바라보며 느꼈던 무력감, 자신의 장례에 대한 상상, 휴식으로써의 죽음 등 어떤 생각이나 느낌도 좋다. '죽음'이라는 개념을 펼치고 넓혀서 새로운 의미로 다가올 기회가 되길 바란다.
< 식 >, pigment print, 72 x 54cm each, 2020
2009년 7월, 친구들과 함께 일식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매일 지나던 길, 나무 사이로 들어와 바닥에 늘어진 빛들은 놀랍게도 초승달 모양이었다. 그 뒤로 시간이 제법 흘렀고, 나는 내가 그 당시 보았던 달 모양이 실제 모습이었는지, 아니면 일식을 보았다는 사실에 왜곡되어버린 기억인지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며 지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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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달이 또 한 번 해를 가렸다. 반신반의하며 마주한 이 순간은 한없이 기묘했다. 늘 동글 거리던, 꼭 그래야만 할 것 같았던 빛망울이 계속해서 파여 들어갔다. 일말의 머뭇거림도 없이 잠식되는 것이, 누군가 죽어가는 것만 같았다. 근데 또 금세, 언제 그랬냐는 듯 동그라이 되돌아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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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순간 갑자기 찾아와서는, 늘 그래왔던 것을 잠식하고 기묘한 기억 하나 달랑 남기고 떠나는 것이, 정말 누군가의 죽음 같기도. 일식은 해의 장례식인지도 모르겠다.
2020년 6월, 달이 또 한 번 해를 가렸다. 반신반의하며 마주한 이 순간은 한없이 기묘했다. 늘 동글 거리던, 꼭 그래야만 할 것 같았던 빛망울이 계속해서 파여 들어갔다. 일말의 머뭇거림도 없이 잠식되는 것이, 누군가 죽어가는 것만 같았다. 근데 또 금세, 언제 그랬냐는 듯 동그라이 되돌아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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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순간 갑자기 찾아와서는, 늘 그래왔던 것을 잠식하고 기묘한 기억 하나 달랑 남기고 떠나는 것이, 정말 누군가의 죽음 같기도. 일식은 해의 장례식인지도 모르겠다.
< 멱목 >, pigment print, 85 x 63cm, 2020
멱목(冪目)은 죽은 이의 얼굴을 덮는 천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