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안대(遮眼帶)는 경주마의 좌우 시야를 차단해 앞만 보고 달리도록 하는 경마 장구다. 말은 겁이 많아 주변의 말을 보면 겁을 내거나 산만해지는 탓에 사람들은 경기 때 말에게 이러한 장구를 씌운다 한다.

사람도 말처럼 겁이 많아서일까, 차안대를 차고 성장한 우리는 성인이 되어서도 이를 좀처럼 벗어 던지지 못한다. 차안대의 설계 목적이었던 어느 트랙 위에 안착한 우리는 앞서거나 뒤처짐에만 신경을 곤두세운 채 냅다 달리는 자발적 경주마가 되었다.

트랙에 안착하여 사회인이 된 지금, 새로운 길을 위한 걸음마를 떼야함을 직감했다. 단체전 <옆걸음>은 각자의 몸에 밴 습관, 관성, 고정관념, 혹은 유전을 되짚어보고 이로부터 벗어나려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들은 회화부터 사진과 영상, 그리고 설치로 저마다의 옆걸음을 시도해본다.
< 산책길 >, digital print, 2023
< 산책길 >, digital print, 2023
< 아빠의 정원 >, slide projection, 2023
< 아빠의 정원 >, slide projection, 2023
< F235 >, pigment print, 76.6 x 102cm each, 2023
< F235 >, pigment print, 76.6 x 102cm each, 2023
< 산책길 >, digital print, 2023
느긋하게 걸을 때만 보이는 것들. 자연의 속도.
< 아빠의 정원 >, slide projection, 2023
풀숲에 누운 아빠의 시선. 참개구리와 호박벌. 산초와 풀내음.
< F235 >, pigment print, 76.6 x 102cm each, 2023
자연과 나뿐인 곳으로 향했다.